쉐어라이프
가을의 기척 – 조아라
아침에 일어나니 식탁에서 옥수수 냄새가 났다.
노랗고 가지런한 초당 옥수수와 달리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인 찰옥수수였다.
한 알 한 알 부서지는 옥수수를 들고 이걸 돈 주고 사 왔느냐고 엄마에게 물었다.
언젠가 아는 사람이 농사를 지어 나눠줬다는 엄마의 대답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.
언젠가, 아는 사람. 이렇게 분명하지 않은 애매한 대답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.
어물쩍 대답하는 모양새를 좋아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섞어 말할 때가 가끔 있다.
그런데 엄마는 옥수수를 먹지도 않으면서 왜 받아왔느냐고 물었다. 엄마는 아까보다 더 애매하고 근 사한 대답을 했다.
그야 가을이니까.
옥수수를 먹으면서 가스레인지의 불을 유심히 봤다.
나는 무서운 것들이 정말 많은데, 불도 무서워한다.
냄비에 뭘 삶는가 봤더니 밤이 가득이었다.
밤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을만 되면 밤이 끊이질 않는다.
누가 주었거나 직접 주웠거나. 지난번에도 쓴 적 있는데 우리 집에 밤이 있고 부터 밤잠을 잘 자고 있다.
삶은 밤은 삶의 밤을 가져왔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.
삶과 밤을 두고 동음이의어의 말장난을 해대자 엄마는 싱거운 소리를 왜 하느냐고 물었다.
그래서 아 까 들었던 엄마의 수법을 따라 했다. 그야 가을이라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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